봄을 짓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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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봄을 짓고 있나
  • 입력 : 2026. 01.13(화) 15:40
  • 대한교육방송
봄을 짓고 있나

시인 황주석


흙은 겨우내 참았던 눈물을 흘리나

눈물이 스멀스멀 기어다니며 온 땅을 적시고

하얗게 빛나던 눈더미 밑에서 봄을 짓고 있나



조약돌만 가득하던 개여울은

따그락 다그락닥 뒤척이며 얼음을 풀어

재잘재잘 흰 이를 드러내고 수다를 떨다가

투명한 물에게 걸음을 재촉하고 있나

​

아무리 추워도

팔짱만 끼고 있던 외길 하나

느닷없는 체온으로 겨울 이야기 피우고 있나

간신히 얼음 비집고 아우성치는 복수초

​

꽃이 그립던 지구

온산과 하늘에 스케치북을 펼치고

벌나비 날갯짓을 그리고 있나

꽃물결을 그리고 있나

꽃바람 손을 빌려서 수채화를 뿌리고 있나

​

겨울은 이제 바지마저 벗어버렸다고

물비늘, 놓칠 뻔한 마음을 잡아당기는 윤슬

제 얼굴 잔설에 비비며 미친 듯

광야를 흔들어 대고 있나.


대한교육방송 kedu811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