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칼럼] 생각이 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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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칼럼] 생각이 난다니까
  • 입력 : 2026. 09.04(금) 16:11
  • 대한교육방송
생각이 난다니까

시인 / 황 주석


옹달샘이 차고 넘쳐 협곡의 끝자락 낭떠러지를
망연히 바라보다 운명을 걸었다
산산이 부서진 난
수천수만 번을 두들겨 맞고서야 흘러가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깨져 튀겨 오르는 물방울마냥
차가운 바람에 울며불며 날리는 이슬같이
벌써 죽어 영혼이 되어 승천하는 안개처럼
잘 가라 잘 있어라
그 말 한마디도 못 한 채
하늘로, 숲으로 흩어지다가
겨우 살아 남은

창끝 같은 돌 조각에 부딪혀 터지고 베여
거품 같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친다
놀란 가슴은 현실 부정의 꿈을 꾸고 있었나
언젠가 들어 본 듯한 빨랫방망이 두들기는
소리에 숨어 숨 쉬었는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귀를 세워야 심장 소리가 들리는 둥, 마는 둥
느티나무 옆 실개울은 태풍 전야

어디가 낮은 곳인지 높은 곳인지 알 수도 없게
비틀비틀 흔들리면 어지럽게 흘러간다
가까워질수록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
어디쯤 저수지가 있는지, 강이 있었는지
제 몸에 스몄던 온갖 고통이 빨래한 것처럼
희디희게 정결해진다
문어와 고래랑 함께 놀던
생각마저 난다니까.
대한교육방송 kedu811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