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칼럼] 인물(人物)은 가도 제도(制度)는 남는다 - 광주향교의 자존심, 2025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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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칼럼] 인물(人物)은 가도 제도(制度)는 남는다 - 광주향교의 자존심, 2025년을 보내며...
호남 유학의 본산, 광주향교가 처한 현실
  • 입력 : 2025. 12.26(금) 15:36
  • 대한교육방송
성균관유도회광주광역시본부 부회장 김기일
▶호남 유학의 본산, 광주향교가 처한 현실
우리 광주향교는 600년 세월 동안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등불을 밝혀온 호남유학의 성지입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광주향교는 성현을 모시는 전당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끝없는 법적분쟁과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머물러 왔습니다. 전교 선출의 적법성을 두고 벌어지는 가처분 신청과 본안소송은 이제 유림 내부의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의 우려 섞인 시선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누가’ 하느냐보다 ‘어떻게’ 운영되느냐의 문제인식
그동안 우리는 특정인물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목소리에 휩쓸려 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인물은 때가 되면 물러가지만, 그들이 남긴 제도는 향교의 미래를 결정짓습니다. 지금의 혼란은 단순히 특정개인의 리더십부재 때문만이 아니라, 권력의 편의에 따라 고무줄처럼 변하는 ‘누더기 직제’와 ‘자의적인 규정해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는 개인의 선악을 떠나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입니다.

▶2026년 광주향교가 바로잡아 가야 할 세 가지 이정표

▸첫째, 유림 전체의 주권을 회복해야 합니다.
광주향교의 주인은 특정 집단이나 일부 인사가 아니라 우리 모든 유림입니다.
370여명 전체 유림의 뜻을 묻는 총회가 소수의 대의원제로 축소되어 운영되는 것은 향교 자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향교의 근간은 특정 세력의 전유물이 아니고 모든 유림의 평등한 참여에서 정통성이 나옵니다.

▸둘째, 민주적이고 투명한 의결 절차를 확립해야 합니다.
과거의 소란을 핑계로 안건을 일괄 상정하거나, 박수로 의결을 강행하는 구태는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철저한 무기명 비밀투표와 기록의 투명성이 보장될 때, 그 결과에 모두가 승복하는 유교적 화합(和合)이 가능해집니다. 절차의 정당성은 갈등을 줄이는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셋째, 사유화된 광주향교를 다시 공적가치의 장으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황당무계한 사태’에 대한 부끄러움은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향교는 소수의 권력 다툼 장소가 아니라, 성현의 도를 가르치고 윤리를 바로 세우는 교화의 전당이어야 합니다. 향교가 다시 공적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전통은 껍데기만 남게 될 것입니다.

▸글을 마치며... 2026년 새로운 광주향교를 위하여!
2026년은 우리 광주향교가 분규향교라는 오명을 벗고 진정한 자치능력을 회복하는 원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과거의 갈등을 주도했던 인물들에 대한 시비(是非)를 넘어, 누가 전교가 되어도 흔들리지 않는 ‘정의로운 제도’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합니다.

법원의 판결과 법적대응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무너진 향교의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일 뿐입니다. 우리 유림 스스로가 깨어 있을 때, 광주향교는 비로소 정통성을 회복하고 호남유림의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성현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향교를 물려주는 것, 그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유림들의 책무이자 소명입니다.
대한교육방송 kedu811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