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총을 든 신연우, 국가대표를 꿈꾸다... 엄마이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 총소리를 들으면 가장 행복한 사격선수 신연우
- 두 아들 키우며 장애를 딛고 사격선수가 된 " 훌륭한 엄마"

이광행 기자 wnews1367@naver.com
2026년 09월 01일(화) 09:02
-사격선수가 된 두 아이의 엄마 신연우
[대한교육방송 = 이광행 기자]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생계를 위해 콜센터와 공예학원, 구청 일자리를 오가야 했던 평범한 여성 그런 그가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총을 잡고 광주의 유일한 여자 권총 사격선수로 변신했다. 그리고 지금 국가대표라는 꿈을 향해 정조준하고 있다.
장애인 사격선수 신연우 씨의 이야기는, '엄마'와 '여성'이라는 이름이 결코 꿈을 가로막는 벽이 아니라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해낸 기록이다.
제4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메달수상자들과 함께

▶엄마로 살아낸 시간들
신연우 씨는 인생에서 가장 눈부셔야 할 25살 나이에 장애인 수첩을 처음 손에 쥐었다. 한손의 장애를 안고 비장애인 중심의 세상에 적응하려 애쓰던 그 시절, 그는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애써야 겨우 평범해질 수 있었다.
그러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경력도 짧고 몸도 성치 않은 여성에게 세상은 좀처럼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장애인 공단을 통해 겨우 콜센터에 취업했지만, 남들보다 더딘 손놀림에 하루하루가 부족함과의 싸움이었다. 국비로 공예를 배워 작은 학원에서 학생 상담과 공예품 유통을 맡았을 땐 잠시 숨통이 트이는 듯했지만, 불경기의 파도는 그마저도 쓸어가 버렸다.

그래도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구청의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행정복지지원센터에서 5년간 장애 업무를 도맡으며,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켰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그 하루하루는 그녀가 무너지지 않고 버텨온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아들이 열어준 문, 엄마가 걸어 들어간 길
전환점은 뜻밖에도 아들에게서 왔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큰아들이 권총 사격을 시작하자, 오래전 마음 한구석에 잠들어 있던 관심이 조용히 되살아났다. 하지만 빠듯한 형편은 그 마음을 다시 밀어 넣었다. 그렇게 평범한 엄마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이 그녀를 덮쳤다. 사랑하는 가족을 허망하게 떠나보낸 뒤 그녀의 마음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이 남았다. "지금이 아니면, 내가 꿈꿔온 것들은 영영 현실이 될 수 없다." 2018년 그는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로 두려움을 안고 장애인 체육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신연우는 광주의 유일한 여자 권총 사격선수가 됐다.
-든든한 두 아들과 함께한 사격선수 신연우

▶늦은 나이, 낯선 종목, 여성이라는 조건까지
사격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이는 일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총기 하나, 훈련 방식 하나까지 모든 것이 생소했던 시작이었지만, 광주장애인사격연맹 선배들과 광주팀, 광주장애인체육회의 따뜻한 지지가 그녀를 포기하지 않게 붙잡아 주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두 아이를 홀로 책임져야 하는 강한 엄마였다. 훈련과 시합을 병행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헤매던 끝에, 한 자동차 회사의 '기프트카' 사업에 지원해 커피와 공예품을 파는 작은 창업을 시작했다. 생계와 육아, 그리고 오랫동안 미뤄둔 꿈 그 모든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녀가 스스로 찾아낸 유일한 방법이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눈부셨던 성과
일과 육아, 훈련을 동시에 짊어지며 흘린 땀은 결코 그녀를 배신하지 않았다. 2019년 제39회 전국체전 스탠다드 공기권총 남녀 혼성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2021년에는 대한장애인사격연맹 우수선수로 선발돼 100일간의 고된 합숙 훈련을 이겨냈다. 2022년 국가대표 선발전 결선에서는 오랜 시간 우러러보던 선배 선수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올랐다. 그리고 그해,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는 영광까지 안았다. 마흔 넘어 시작한 사람이, 평생을 훈련해온 이들을 넘어선 순간이었다.

같은 해 9월, 2022 ISSF 창원 월드컵 국제사격대회에서는 공기권총 10M와 스탠다드 공기권총 두 종목 모두에서 국제 기준 기록인 MQS 자격을 취득하며 국제무대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2023년부터는 권총에 이어 소총 종목에도 도전장을 내밀어 SH2 소총까지 영역을 넓혔고, 공기권총·화약권총·공기소총을 넘나들며 국내 대회 단체전 금메달을 여러 차례 품에 안았다. 공기권총 개인전에서는 3위에 올랐다. 그리고 2026년 전국체전, SH2 복사 소총 단체전 금메달을 보태며 그녀는 또 한 번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세상에 알렸다.

▶엄마도, 여성도, 늦지 않았다
신연우 씨는 사격장에 울려 퍼지는 총소리를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 소리는 그녀가 장애를 안고 살아오며 마주했던 수많은 힘든 밤들을 견디게 해준 힘이었고, 엄마와 여성이라는 이름 앞에서도 '신연우'라는 자기 자신을 잃지 않게 해준 마지막 버팀목이었다. 그는 담담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말한다. "항상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사격선수 신연우라는 이름을 걸고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경력단절, 육아, 장애라는 세 겹의 무게 앞에서도 그녀는 도망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걸고 아무도 걸어본 적 없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신연우의 이야기는 '엄마'이기에 꿈을 포기해야 했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두 아이의 '엄마'였기에, 그 어떤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고 더 단단하게 걸어올 수 있었던 것 바로 국가대표 사격선수의 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늘도 총 소리에 가슴이 설레인다는 그녀의 멋진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



이광행 기자 wnews136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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